이해라는 것은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라고...

2019.07.09 19:43뜬금없는 끄적거림/뜬금없이 혼잣말

언젠가 일본에 놀러 갔을 때 날이 너무 더워 소바를 먹으러 들어간 적 있다. 평소라면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특정 음식으로 넘어가면 이상하게 눈이 돌아가는 터라, 아~ 아니다! 체감온도가 50도는 족히 될 거라 느낄 정도로 밖이 너무 더웠다. 사실 그 날은 그 이유뿐이었다...
.
주문을 하고 가만히 가게를 살펴보는데 옆자리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바를 맞이하고 있었다. 딸인 듯 짐작되는 여자분이 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더니 무어라 투덜거리기 시작했고, 이어 아빠로 짐작되는 남자분도 비슷한 불만을 터트렸다. 다만 말없이 소바를 후루룩 먹던 어머니(로 짐작되는 분)가 "그래도 맛있어" 라고 그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유창한 한국어가 가능한) 두 사람의 투덜거림은 그릇(!)에 담긴 소바의 모습이 이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행으로 왔으니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고, 사진으로 이쁘게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을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있었을테니 채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소바가 맘에 들지 않았을 터...
.
한국에서는 면을 담을 때 단정하게 또아리를 틀어 놓는 것이 이쁘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그리 담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면 요리의 대부분은 이쁜 자세를 취하고 “날 먹어봐~~”를 말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먹었던 차가운 소바의 경우 그 이쁜 모양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꽤 많았다. 나중에 왜 그렇게 담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했지만 아무렇게나 흐트러 놓은 듯한 소바를 처음 보았을 때는 혐한인건가 하고 생각 했으니 나름 문화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
일요일 써니와 소바를 먹다 문득 그 날의 일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투덜거리기 전에 짧은 의문을 품어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런 오해(!?)는 없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 날의 그 가족처럼 내가 살아온 문화로 타인의 문화를 판단했고, 내가 살아온 경험으로 타인의 경험을 판단했다. 지금이라고 해서 그닥 나아진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조금은 더 편협했던 걸로 기억한다.
타인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라 말하면서 나는 타인의 다양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있는가 생각하곤 한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말하지만 로마에 갔을 때 로마의 법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가? 로마의 법을 알려고는 하는가? 자문해보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워진다.
.
오래 전 선배 중 누군가가 말했다. 타인과 나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 이해라는 것은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라고... 그 말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공감의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
이제 적지 않은 시간을 지구별 위에 서 있다보니 다른 누군가를 또는 다른 그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내 생각이 우선이고, 내 관점이 우선이며, 내 시선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 있다.
나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것, 나와 다른 길을 인지하는 것...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혹은 취향의 문제, 문화의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지식이 마음으로 전환되기까지 지나가야 할 터널이 너무 길다.
.
.
.
아, 쓸데없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