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기억을 다시 연결할 수 있을까...

2019.10.16 19:31뜬금없는 끄적거림/뜬금없이 혼잣말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찾은 것이 한 4년 전 쯤인 것 같다.
한 때는 부산 영화제라든가, 전주영화제라든가, 부천 영화제라든가 소위 한국에서 열리는 제법 큰 영화제들은 두루 섭렵하고 다녔는데, 이젠 제천 영화제마저도 발길이 멈춰져 버렸다.
특히 부천 영화제는 개막부터 폐막까지 노숙을 하거나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파행을 겪은 뒤부터 발길을 끊었던 것 같다.
하긴 예전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음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내가 다닌 한국의 영화제 중 가장 사랑했던 건 부천영화제였지만 영화 이외의 즐거움은 제천 영화제가 최고였다.
테마가 음악과 영화의 만남이기에 영화를 보지 않아도 제천 곳곳에서 펼쳐지는 인디가수들의 신선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과 영화나 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수도 있었고, 작은 정서적 공감대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제천영화제의 가장 큰 자랑은 곳곳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버스킹의 장소는 여러곳이었지만 나는 시장 안에 마련된 그 작은 무대를 제일 좋아했다.

 


버스킹의 인디 가수들 대부분이 20대이고 그들의 음악이 시장상인들의 취향과는 꽤 먼것이겠지만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시끄럽다거나 성가시다거나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이라고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왠지 무신경해졌거나 아님 조금은 젊음에 동조되어 가는 느낌... 나는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 분위기를 매우 좋아했다.

시장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안주에 옆가게에서 사온 막걸리를 마시며 가볍게 박자를 맞추기도 했고, 아주 드물기는 했으나 옆 사람과 그 잔을 나누기도 했다. 즉석에서 가수의 음반을 구입하거나 공연 후 싸인이나 기념 촬영을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다음 가수가 누구일지 기다리며 순대국밥을 먹는 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었다.

 



평소라면 재래시장을 잘 다니지 않는 나였지만 영화제 기간만큼은 예외여서 낮부터 발그레진 얼굴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곤 했다.

그랬던 제천 영화제도 4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3년간은 사정이 있어서 혹은 그 기간에 일본여행을 선택해서 제천과는 멀어져 있었는데 얼마 전 뜬금없이 이 사진이 생각났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문득 저 안줏감이 먹고 싶었던건지 아님 어디선가 멍때리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님 요즘의 내 일상이 지루해져버린 것인지... 내년엔 다시 제천을 갈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기억을 다시 연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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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 calsper
사진의 인디밴드는 하루를 노래하는 「하노」
2015년 8월의 어느 날